[여의도풍향계] 정치권, 엇갈린 총선 한 달…21대 국회 앞으로
[앵커]
승자는 웃고, 패자는 고개를 숙였던 4·15 총선 이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여야 모두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하고 21대 국회에 앞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데요.
엇갈린 희비 속에 맞은 총선 한 달을 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살펴봤습니다.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가 모처럼 손을 맞잡았습니다.
여야의 신임 원내사령탑들이 첫 공식 회동에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인데요.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정치 지형이 달라진 가운데, 협치의 장을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의 주도권은 우선 민주당이 쥔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4·15 총선에서 국민은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줬고, 문재인 정부 후반기 개혁 작업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우리 당이 국민께 약속드렸던 개혁 과제들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 개선에 즉시 착수해야 합니다."
검찰 개혁부터 '그린뉴딜'까지, 개혁과제 완수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주요 상임위원회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도 벌써부터 치열한 가운데, 특히 법제사법위원회가 쟁점입니다.
그동안 야당 법사위원장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통해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거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사위 권한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양정숙 당선인 부동산 의혹과 윤미향 당선인 도덕성 시비 등 잡음을 단속하면서 거듭 겸손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참패 후유증을 겪고있는 통합당은 한 달 간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며 당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입니다.
패배의 그늘을 떨쳐내고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당 진로 결정의 열쇠를 쥐게 된 주호영 원내대표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밑바닥에서 다시 하면 못할 바가 없습니다. 최선을 다 해서 당을 재건하고 수권 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꼰대 정당' 타이틀을 벗기 위해 청년 비대위와 초선 모임 결성 등 자발적인 혁신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통합당 지도부는 첫 외부 일정으로 내일(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하기로 해, 쇄신의 첫걸음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 재건의 관건은 역시 지도체제 결정.
대안으로 꼽혔던 '김종인 비대위'가 한 차례 불발된 뒤, 당내에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동시에, 21대 당선인들의 지지로 선출된 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혁신 비대위'를 꾸리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신 군소정당들은 '생존'이 당면 과제가 되면서, 존재감 회복을 위한 내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는 30일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선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를 기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반목과 공전으로 얼룩졌던 20대 국회의 모습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협치'가 공통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후 가팔라진 여야의 대치 전선은 급기야 최악의 '동물 국회'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으쌰, 으쌰…물러가라! 물러가라!"
밀고 당기고 드러눕고.
민의의 전당에서 펼쳐진 육탄전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국회는 석 달 가까이 마비됐고, 무더기 고소·고발로 마무리되면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습니다.
민주당은 무리수 지적에도 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였지만 결국 '위성정당' 꼼수에 동참해 스스로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정부·여당에 오로지 투쟁으로 맞서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한 제1야당은 총선 참패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20대 국회는 정치도, 의회 민주주의도, 도의도 실종됐다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 등 엄중한 시국에 이제 21대 국회가 막을 올립니다.
'이번이라고 다르겠냐'는 자조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기댈 곳은 그래도 국회입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 국회에선, 여야가 그동안 가지 않았던 '협치의 길'을 나란히 걸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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